‘1080초, 18분’의 의료지식 공유, 세상을 바꾼다!
의료지식 콘서트 ‘테드엑스 언주로’ 성료… 의료정보 공유 새로운 모델 제시
라포르시안 2012/04/30
‘사람이 제대로 누려야 할 권리’, ‘사람에 대한 사랑’
지난 28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열린 ‘테드엑스 언주로(TEDx Eonjuro)’ 행사를 찾은 사람들이 의료의 의미에 대해 남긴 글이다.
테드엑스 언주로는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 지식 콘서트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의료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활동을 하는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18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의료에 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다.
■ 착한 방사선 이야기
연세대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정윤선 교수가 첫 번째 발표자로 무대에 올랐다.
방사선 치료 중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증하는 일을 하는 정 교수의 직업은 의학물리학자다.
정 교수는 “진단에 쓰이는 방사선이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같다면, 치료에 쓰이는 방사선은 토네이도처럼 한곳에 집중적으로 부는 바람”이라고 방사선을 설명했다. 또 자신이 의학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의학물리학자가 하는 일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방사선이 몸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두려울 수 있지만, 안전하게 잘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방사선”이라고 말했다.
■ 사랑하게 되면 전과 같지 않다
두 번째 발표자인 장동수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는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장 작가는 해부학적인 그림을 그리는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남들과 다른 구조, 다른 시각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로 일 하기 위해 인간관계의 형성을 강조하면서 의사와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와의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고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장 작가는 최근 시도하고 있는 증강현실, 3D를 이용한 메디컬일러스트 등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국내에 드문 직업인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했던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하는 분야의 일을 사랑하게 되면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일의 만족도까지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장 인간적인 공간이 가장 효율적인 병원 공간”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제너럴닥터 김승범 원장은 ‘디자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원장은 “디자인의 개념은 무엇이든 다시 조합하고 다시 디자인 하는 것”이라며 “재구성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대부분 개인의 문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 종사자로서 느낀 문제를 바탕으로 의료·건강과 관련된 경험·기구·커뮤니케이션을 일관되게 재구성 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김 원장은 “제너럴 닥터는 동물병원이 절대 아니다”라며 “그러나 고양이들과, 고양이들과, 고양이들이 있는 병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원장은 동네의원에서 의사가 해야 할 일은 환자와 교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와 교감하는 방법으로 ‘자신’을 강조했다. 스스로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을 디자인했더니 가장 인간적인 병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가장 효율적인 병원 공간은 그 안에 있는 사람 모두가 가장 인간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병원”이라며 “여유와 편안함, 나를 이해 해 주고 나와 공감 해 주는 공간이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들과 기억들을 채워 만든 공간이 바로 제너럴 닥터”라고 말했다.
■ 1000만원 짜리 안구 마우스를 5만원에
국내에 루게릭병을 비롯 근육질환관련이나 사고로 장애가 생긴 사람들 등을 포함하면 안구마우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약 3만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 문제다.
이런 고미을 해결하기 위ㅐ 삼성전자 eyeCan 개발팀은 1000만원 정도 하는 안구 마우스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 수 있게 했다. 안구 마우스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5만원 내외. 이들은 업무가 끝나고 저녁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안구 마우스 개발에 매진했다.
삼성전자 eyeCan 개발팀 이상원씨는 네 번째 발표자로 나와 처음 안구마우스를 만들어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분과 함께 성능테스트를 할 때 세 시간여에 걸친 테스트 결과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성능을 개선해 다시 오겠다고 인사를 할 때 환자의 표정이 화를 내는 것인지, 꼭 다시 오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안구마우스를 꼭 개발 해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구 마우스 개발 중단을 고민하던 중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에서 현업에서 벗어나 집중적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안구마우스 개발을 할 수 있었다”며 “자신도 즐겁고 남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eyeCan 개발팀은 안구마우스를 만드는 방법과 안구마우스 사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홈페이지(http://eyecanproject.wordpress.com)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 SMA를 딛고 일어선 평범한 대학원생
다섯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신형진씨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그는 ‘척수성 근 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을 앓고 있는 환자다.
생후 7개월째부터 SMA를 앓기 시작한 그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일반학교에서 재학했고, 연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 해 9년만에 졸업했다.
이날 신 씨는 휠체어에 누운 채 안구마우스를 이용해 디지털 음성으로 변환된 목소리로 그가 살아온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그는 “안구마우스를 이용해 새벽 두세 시까지 공부하고, 잠 잘 때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하지만 그래도 일상 생활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활과 관련된 농담을 하는 여유도 보였다.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 컴퓨터를 하다 보니 원하지 않는 부분을 클릭해 성인사이트에 들어가게 돼 감사하게 잘 봤다”거나 “매일 학교에 가기 위해 어머니 차를 이용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 총알택시처럼 운전을 하신다”고 말해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는 평범한 생활을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며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가 무대에 올라 자신이 어렵고 힘들었을 때 듣고 힘이 된 노래라며 아리랑을 비롯해 세 곡 정도를 연주했다.
또 홍대 앞 10초 초상화가 장재민씨가 행사 중간 쉬는 시간마다 참가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줘 호응을 얻었다.
■ 의료정보 공유의 새 장을 열다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의료계 관계자들부터 대학생, 환자와 그 가족 등 등 다양했다.참가자들의 반응은 공통적으로 의료, 병원이라고 하는 것이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좋았다는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형중 부원장(호흡기내과)은 “정보의 공유, 특히 의료분야의 정보 공유가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에 큰 관심이 간다”며 “앞으로 테드엑스 언주로가 국내 의료정보 공유의 주요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서울성모병원 노태호 대외협력부원장(순환기내과)은 “서울성모병원 가족들의 이념은 생명, 나눔”이라며 “이번 행사가 성모병원의 생명,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의료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테드엑스 언주로가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