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의과대학에서 경험한 삶과 죽음의 문제와 그것을 끊임 없이 파고드는 의학의 학문적 연구를 의사들과 협업하며, 그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에 드러나는 생명의 질서와 삶과 죽음의 경계면에서 느끼는 본질적 문제들을 제시해 왔다.
인류 문명은 지구가 탄생한 화학적 진화를 통해 현재의 인간의 몸으로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몸 속의 세포는 세포막으로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세포 내외를 구분한다. 이러한 세포막은 생명과 생명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경계가 된다. 이러한 경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탄소이다.
생명체가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는 이유는 탄소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적합한 분자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탄소는 인체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고, 분자 구조적 뼈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탄소가 없으면 생명체가 유지가 안된다.
탄소는 흑연, 다이아몬드, 석탄 등의 구성원소이기도 하다. 탄소는 열과 압력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의 물질을 형성하는데, 결합 구조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되느냐 흑연이 되느냐 갈리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입체 작품의 재료에 흑연을 사용하여 탄소의 의미를 연상시키고자 했다. 생명의 근원과 우리 몸의 탄생을 화학적 진화론의 내용으로 착용하였다. 우리는 선조들에게 이어 받아온 몸으로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 바탕을 변화시키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자연 환경과 인류 문명의 경계를 인지하며, 인체의 구조를 단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줌으로서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원소인 탄소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다이아몬드는 순수하게 탄소로만 구성된 가장 강하고 단단한 광물이다. 생명이 다한 인간의 몸을 과학의 힘으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가 모든 사물을 다 부술 수 있는 것 처럼, 인간으로서의 이상적인 삶의 가치를 순수한 탄소의 결정물인 다이아몬드로 형상화하여 미디어 작품에 투영하였다.
인간의 삶도 환경과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인간 스스로의 잠재력과 자연의 일부로서 융화되는 내면의 성찰을 통해 우주에서 가장 존귀한 생명체로서 그 가치를 이어나간다.
2017년 12월 장동수